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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게임팀 다이어리 SKT T1 <9>

BGM! 2006. 8. 22. 15:59
발행일 제 240호 2006년 08월 14일
SK텔레콤 T1 <9>
가끔은 나도 ‘요환형’의 스승이 된다

좋은 일이 한번 다가오면 나쁜 일도 다가오는 법인가보다. 프로리그가 끝난 뒤 우리 팀은 8월 둘째 주에 개인휴가가 주어졌다. 모두들 집으로, 휴가철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산과 바다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실 이번 프로리그가 종료되는 시점에 다시 한번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그동안 집에 찾아가보지 못할 만큼 경기에 매달리다 보니 만장일치로 개인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됐다. 그래서 나 역시 고향인 전라도 광주에 내려와 있다. 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친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기 때문이다.

이번에 MVP를 받게 되서 할머니께 ‘짠’하고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결승전 때 이후로 1년 동안 형들에게 배운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날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MVP라는 큰 상을 받게 된 것도 모두 형들의 조언과 충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란 진영 팀원들은 다 그렇다. 요환이 형도, 연성이 형도 너무 잘 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으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형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우리팀의 강점은 연습생이나 주전 선수들 간의 격차가 없다. 서로 배울게 있으면 무조건 달라붙어 물어보고 터득한다. 요환이 형이 막내인 나에게 이것저것 전략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 것이 우리 팀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형들이 잘하면 잘 할 수록 자극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좋은 성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 우린 말 그대로 선의의 경쟁자다. 결승전 날 또 다른 힘이 되었던 것은 가족이다. 게이머를 하겠다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을 나섰을 때 이미 가족들은 나를 믿어줬다.

결승전 때 군 복무 중인 형까지 외박을 나와 현장에 응원을 왔다. 어머니는 시즌 중에도 틈틈히 전화를 하셔서 경기를 모니터해주신다. 게임을 할 줄 몰라도 내가 방송경기에 나갈 때부터 보는 법을 홀로 터득하셨다. 부모님은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시다. 병원에 계신 할머니께서 얼른 쾌유하셨으면 좋겠다. '할머니, 제 트로피도 보시고 장하다고 안아주세요~ 꼭이요~'

<글=고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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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규야, 미안.

내 눈에는 그 분 부분만 보였어 -_ ㅠ;